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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아트작가조망전 최옥영 포스터 |
이번 전시는 스틸아트작가조망전 최옥영 ‘물성, 감각하는 철’, 제20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이정의 ‘Big Spider is Watching You!’, 그리고 장두건 화백의 소장품전 ‘투계: 끝없는 완성’으로 구성된다.
최옥영 작가는 조선소에서 기능을 다한 철을 감각과 생명, 사유의 매개체로 변모시키며, 철이라는 물질이 단순한 산업 잔재를 넘어 우주적 기원을 품은 생명적 조형 매체임을 제시한다.
그의 작품에서 조각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감각과 시간, 기억이 축적된 살아 있는 구조로 드러나며, ‘탄생’, ‘응축’, ‘소멸’, ‘환원’의 리듬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관람자가 철의 질량과 에너지를 몸으로 감각하도록 이끈다.
이정 작가는 이번 수상작가 개인전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안한다. 포항과 서울을 오가며 마주한 시골 풍경 속 대상들, 그리고 ‘비장소(Non-Place)’라는 개념을 통해 그는 고독과 무관심의 틈새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발굴한다.
특히 아버지의 축사에 설치된 CCTV 화면을 소재로 한 작품은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관계를 교차시키며, 사회적 시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 속에도 서로 연결된 세계가 존재함을 상기시키며, 삶의 관계성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장두건 화백의 ‘투계: 끝없는 완성’ 전시는 1990년대에 그려진 투계 연작을 중심으로 삶의 생동감과 기쁨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폭력과 경쟁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투계지만, 장 화백에게는 유년기의 따뜻한 기억이자 삶의 활력을 상징하는 소재였다.
그는 닭들이 아침에 닭장을 나와 부딪히는 모습을 ‘기쁨의 몸짓’으로 해석하고, 이를 통해 ‘삶은 아름답고, 생은 즐겁다’는 예술 철학을 화폭에 담아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번 세 전시로 물질, 시선, 기억이라는 서로 다른 키워드를 매개로 현대 사회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객들은 세 작가의 시선으로 일상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삶의 층위를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 및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포항시립미술관으로 하면 된다.
민태형 기자 jsak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