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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대형 과학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에 올라온 ‘한국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 영상 ] |
“다음 정부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계십니다. 뭐라고 할까요?” 그 정부의 상징은 저는 국민주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주권 정부.”
“비 내리는 이 험한 날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광경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맡겨 주신다면 그 맡겨 주신 권력과 여러분이 낸 세금으로 지금보다는 최소한 몇 배 더 나은 희망이 있는 세상을 꼭 만들겠습니다. 진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서 보답하겠습니다!”
지난 5월 15일 오후 전남 순천 연향동 더불어민주당 대선 유세장, 이재명 후보 연설 장면이다. 연설을 마치자마자, 이재명 후보는 쏟아지는 빗속에도 자리를 함께 한 국민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러자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런데 그날 감동까지 느껴지던 그 장면과 함께 이재명 후보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하나 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망국적인 지방소멸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 외국 사람들이 먼저 걱정하는 대한민국의 공포스러운 미래
지난 2025년 4월 2일, 독일의 대형 과학 유튜브 채널인 ‘쿠르츠게작트(Kurzgesagt)’에는 대한민국 초저출산 문제를 다룬 ‘한국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라는 제목 영상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고약한 제목 영상은 업로드 된 지 불과 나흘 만에 조회수 700만, 열흘 만에 1천만 회를 넘기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 이전 2021년,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 연구소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은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고 경고하며 한국 인구 감소 현상을 ‘코리아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이후 2023년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유럽의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GDP 세계 12위(2020년 9위로 고점 찍고 윤석열 정부 들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 국방력 순위 세계 5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대한민국, 세계 최악 출산율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는 심각성을 감안,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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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행안부 지정 전국 89개 시군구 ‘인구감소지역’ 현황. 출처 -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 |
그런데 2024년 3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전국 228개 시군구별 소멸위험지역 현황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 최초로 소멸위험지역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2002년 4곳을 시작으로 매년 증가하던 소멸위험지역은 2024년 3월 기준으로 어느새 전체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을 넘어선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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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3월 기준, 전국 시군구 인구소멸예상지역 현황.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 |
시군구 수준에서 소멸위험지역이 130곳으로 57%이고, 특히 20~30대 여성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멸고위험지역도 57곳으로 전체 시군구 지역 4분의 1이나 된다.
그런데 특히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이 있다. 시도 수준에서 부산의 소멸위험지수 값이 0.490으로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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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3월 기준 시도별 소멸위험지수.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 |
통계청 인구추계 반영 30년 후 부산 인구 변화는, 전체 인구는 4분의1, 20~30대 여성인구는 절반 이상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3분의 2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보이는 것은 노인들과 바다 뿐이라는, 부산을 일컫는 자학성 농담인 ‘노인과 바다 도시’라는 표현이 현실로 나타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024년에 신규로 진입한 소멸위험지역은 모두 11곳, 이 중 8곳이 광역시 ‘구군’지역이다. 지금까지 농어촌 지역에 한정됐던 소멸위험지역이 이제 막 광역시 단위로까지 확산되기 시작한 위기 상황이다.
지방 인구 자연 감소 외에 인구 유출 요인을 포함해서 산업연구원이 개발한 ‘K-지방소멸 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부산 영도구와 서구, 울산 동구가 전체 소멸우려지역 50개 지역에 포함되어 있다(놀라운 점은 인천 옹진군과 강화군, 경기 가평군과 연천군, 즉 수도권에 속하는 지역 역시 소멸위기지역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17년 고령사회(14.2%)가 됐다. 그리고 내년 2026년에는 대한민국 인구 천만 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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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이재명 후보 부울경 지역 공약. 출처 – 이재명 후보 공약집 홈페이지 ] |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결과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부울경 지역 공약에는, 지방소멸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 부울경 지역은 소위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현실성 있는 지방소멸 대응 공약을 제시할 경우, 분명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을법한데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부울경 지역 공약 외에, 전체 30개 가까운 이재명 후보 분야별 공약에도 따로 지방소멸 분야 공약은 없는 상황).
참고로 한 국가가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대체출산율’이라고 하는데, 선진국 대체출산율 수치는 2명보다 높은 2.1명이다(유아 때 사망하는 자녀와 자연적으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성비를 고려한 수치. 남녀 둘이 만나서 최소한 아이 2명은 낳아야 현재 인구가 유지된다는 뜻).
또 인구 증감 추이를 표시하는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산율을 가리킨다.
과거 1970년대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4.53으로 연간 101만 명이 태어났다. 이후 1990년대에 2.1이하로 내려갔고, 2020년대 들어서는 1 밑으로 내려갔다. 현재는 2024년 기준 세계 최저치인 0.75를 기록 중이고 출생아 수는 23만 8300 명이다. 1970년대 연간 출생아 수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원래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총무장관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増田寬也)가 처음 만든 용어다.
2014년에 발간한 ‘지방소멸(국내에서는 2015년 와이즈베리가 번역 출판)’이라는 책에서 2010년 1억 2,806만 명이던 일본 총인구가 2100년에는 4,959만 명으로 줄어들고,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인해 2040년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이 사라진다는 주장으로 일본 열도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그때 인용한 2013년 일본 합계출산율이 1.43이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0.75에 불과하니, 지금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 끔찍한 수도권 집중, 2040년 전국 지자체 30% 기능 상실 전망
그런데 이런 인구 감소 현상이 수도권 집중 현상과 함께 작용, 더욱더 치명적인 지방소멸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2019년은 특별히 기억해야만 하는 해이다. 2019년을 기점으로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가(25,925,799 명) 대한민국 전체 인구(51,849,861 명)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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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50클럽 국가 간 수도권 집중도 비교. 출처 - 국회입법조사처 조사 ] |
위에 표시된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 조건을 만족하는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7개국을 가리킨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 먼저 지방소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일본과 비교해도(인구 29.5%) 대한민국 수도권 집중도는 50.5%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인 상황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는 2017년에 출판한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책에서, 인구 소멸시점(인구가 0이 되는 시점)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남 고흥군이 2040년에 인구가 0이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올해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될 즈음 고흥군이란 지명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보은군은 2051년, 해남군은 2059년, 경남 하동군은 2072년에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될지 모른다는 예상도 했다.
이런 추정을 바탕으로, 마 교수는 2040년에는 전국 지자체 중 30%가 기능 상실 상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40년에는 기능을 상실할 30%의 지자체들 연명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암담한 예상과 함께였다.
한마디로 지금 대한민국은 ‘파멸적 집적 현상’이 벌어지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지방이 소멸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가적 생존마저 위협할 망국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두고, 어떤 이는 “대한민국은 두 개의 나라다. 지방은 식민지다”라고 표현했다. 또 어떤 언론사는 과거에 ‘팽창 가속 수도권, 소멸 직전 지방, 두 번째 분단’이라는 제목 기사까지 내보냈다.
지방이 수도권 식민지이고 두 번째 분단인 상황, 이를 방치한 채 진정한 ‘국민주권’ 실현과 ‘지금보다는 최소한 몇 배 더 나은 희망 있는 세상’은 결코 열릴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나라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차기에 집권할 수 있는 ‘국민주권 정부’ 청와대에 ‘지방소멸대응 수석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이후 글에서는 차례로 지방소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제안, 윤석열 정부 지방소멸 대응 정책 평가, 대한민국 출산율 붕괴 원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현실성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